KFLG 출판 Insight
이 글은 KFLG(Korea Financial Leaders Group)의 출판유닛 0기가 출판한 '돈이 보이는 경제지식41 - 하성호, 홍기훈 지음'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팬데믹 이후, 경제는 왜 다르게 움직였을까
(출처: pixabay)
지난 편에서 총수요와 총공급의 기본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생산을 늘리려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두 힘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경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진 사건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이 사건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그것도 반대 방향으로 흔들었습니다.
오늘은 팬데믹이라는 실제 사례를 통해, 총수요와 총공급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총수요 측면: 사람들이 지갑을 닫은 순간
팬데믹 초기,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소비의 급격한 감소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외출이 줄고, 여행과 외식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편에서 총수요는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 순수출(X-M)의 합이라고 했습니다.
이 중 소비(C)는 총수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소비가 한꺼번에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소비가 줄자 기업의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은 당연히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늘리려 하지 않습니다.
투자(I)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소비의 감소가 투자의 감소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쪼그라들면서 총수요 전체가 빠르게 위축됐습니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총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크게 이동한 것입니다.
총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같은 가격 수준에서도 경제 전체가 예전보다 훨씬 적게 소비하고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2. 총공급 측면: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던 이유
같은 시기,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터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출근을 못 하게 되자 공장이 멈췄습니다.
물류가 막히고, 원자재 공급도 끊겼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던 반도체, 자동차, 의료용품 같은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총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당시 상황은 수요가 없어서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지난주에 총공급을 결정하는 3요소는 노동, 자본, 기술이라고 했었는데, 팬데믹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흔들었습니다.
노동자는 출근할 수 없었고, 설비는 가동을 멈췄으며, 원자재가 없으니 기술이 있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총공급 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3.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무너지면
여기서 잠깐 정리가 필요합니다.
보통 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식으로 서로 균형을 맞춥니다.
그런데 팬데믹은 수요와 공급을 같은 방향으로(왼쪽), 동시에 무너뜨렸습니다.
총수요와 총공급이 함께 감소하면 경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생산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인력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실업률이 오르고, 실업률이 오르면 소비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팬데믹 초기에 전 세계가 경험한 경기 침체가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온 것입니다.
4. 정부의 개입: 수요를 다시 살리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대규모 정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비를 직접 자극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대출을 쉽게 만들고, 시중에 돈을 대규모로 풀었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더 쉽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고, 가계도 소비를 늘릴 여력이 생깁니다.
이 정책들의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급격히 줄어든 총수요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출처: e-지표누리)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고,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총수요 곡선이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5. 공급은 왜 늦게 따라왔을까
오늘 알아볼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수요는 정책 덕분에 빠르게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공급은 수요와 같은 속도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공장은 한 번 멈추면 바로 정상화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거나 인력을 재고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원자재 공급이 끊기고, 물류망이 막혔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일자리를 떠난 노동자들이 쉽게 복귀하지 않으면서 인건비까지 올랐습니다.
생산을 재개하고 싶어도 재료도, 사람도, 운송 수단도 모두 제자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즉, 수요는 정책으로 빠르게 자극할 수 있지만, 공급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었습니다.
6. 수요와 공급의 엇갈림, 그리고 인플레이션
결국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는데, 공급은 아직 예전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 상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었죠.
(출처: Investing.com)
이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격이 오릅니다.
마트에 사과가 10개밖에 없는데 사려는 사람이 20명이라면, 사과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릅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 바로 이 구조에서 비롯됐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타이밍이 어긋난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시중에 대규모로 풀어놓은 돈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졌습니다.
돈은 많아졌고, 사고 싶은 사람도 많아졌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은 여전히 부족했으니까요.
7. 투자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 흐름은 투자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팬데믹 초기, 수요가 급감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주식 시장은 급락했습니다.
기업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입니다.
이후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자 투자자산 가격은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금리가 낮아진 환경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주, 성장주에 돈이 몰렸습니다.
그러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자 흐름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성장주는 하락하고, 원자재와 에너지 관련 자산이 주목받았습니다.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자 투자자들은 에너지, 원자재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산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수요 감소 → 시장 하락 → 유동성 공급 → 자산 가격 상승 → 인플레이션 → 금리 인상 → 시장 재편.
팬데믹 5년이 이 순서로 흘러갔습니다.
✨ 글을 마무리하며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그 사건 안에는 총수요와 총공급의 교과서적인 흐름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수요 감소, 공급 붕괴, 정부 개입, 수요 회복, 공급 지연, 인플레이션, 그리고 금리 인상까지.
팬데믹을 돌아보니 경제를 숫자가 아닌 흐름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개인적으로 요즘의 정세도 팬데믹 못지않게 혼란스럽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살펴본 흐름을 머릿속에 두고,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이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경제의 방향은, 뉴스보다 흐름과 흐름이 불러올 결과를 먼저 읽는 사람에게 먼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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