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LG 출판 Insight
이 글은 KFLG(Korea Financial Leaders Group)의 출판유닛 0기가 출판한 '돈이 보이는 경제지식41 - 하성호, 홍기훈 지음'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붕어빵 아저씨는 잘못이 없다
(출처: pixabay)
어릴 때 겨울이면 꼭 있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학교 앞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1,000원을 내면 붕어빵 다섯 개가 담긴 봉지를 손에 쥐고, 호호 불어가며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섯 개가 세 개가 됐습니다.
(출처: 굿모닝 마이 브랜드)
그리고 요즘은 두 개입니다. 가격은 여전히 1,000원인데 손에 쥐는 붕어빵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냥 "요즘 장사꾼들이 너무한다"고 생각하며, 붕어빵 아저씨를 탓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단순히 붕어빵 아저씨의 문제가 아닙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팥 가격이 오르고, 가스비가 오르면 붕어빵 아저씨도 예전처럼 다섯 개를 줄 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를 수도 있고, 만드는 비용이 올라서 오를 수도 있습니다.
같은 물가 상승이지만 원인이 다르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투자자가 대응하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인플레이션의 두 얼굴, 수요견인과 공급견인 인플레이션을 살펴보겠습니다.
1.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을 때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서 생기는 물가 상승입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한정판 운동화가 출시됐는데 사려는 사람은 1만 명이지만 물건은 1천 개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릅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시장은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으려 합니다.
경제 전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의 소득이 늘고, 소비가 활발해집니다.
기업들도 미래를 낙관하며 투자를 늘립니다. 정부도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을 확대합니다.
이렇게 총수요가 빠르게 커지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물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출처: Fred)
대표적인 사례가 1960년대 후반 미국입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고, 경제 호황으로 민간 소비까지 활발해지면서 총수요가 빠르게 팽창했습니다.
시장은 넘치는 돈을 감당하지 못했고,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돈이 많아졌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그대로였으니까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총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가격과 생산량이 모두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이는 보통 경제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나타납니다.
2. 공급견인 인플레이션: 만들 수 있는 양이 줄어들 때
공급견인 인플레이션은 반대입니다.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라, 공급이 줄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입니다.
(출처: Fred)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석유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원료입니다.
석유 가격이 오르자 공장 가동 비용이 올랐고, 운송비가 올랐으며, 그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됐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사려고 한 것도 아닌데, 물가는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이것이 공급견인 인플레이션의 특징입니다.
생산비용이 오르면 기업들은 같은 가격에 예전만큼 만들 수 없게 됩니다.
총공급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물가는 오르고,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더 까다로운 건, 이 상황에서는 물가도 높고 경기도 나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겪었습니다.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나빠지고, 경기를 살리려고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르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습니다.
3. 같은 물가 상승인데, 왜 구분해야 할까
물가가 오르는 건 같은데, 굳이 원인을 구분해야 할까요?
뉴스에서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보통 하나의 반응을 떠올립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겠구나." 그런데 이 생각이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금리 인상은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입니다. 사람들이 돈을 덜 빌리고, 덜 쓰게 만드는 것이죠.
수요가 너무 많아서 물가가 오른 상황이라면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 문제로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는 잡히지 않고, 경기만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붕어빵 아저씨가 밀가루값이 올라서 개수를 줄인 건데, 손님을 쫓아봤자 밀가루값이 내려가지는 않으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원인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호황일 때 나타납니다. 소비가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환경입니다.
이 시기에는 소비재, 기술주처럼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중앙은행이 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성장주처럼 금리에 민감한 자산은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급견인 인플레이션은 상황이 다릅니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물가만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 전반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시기에는 에너지, 원자재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산이 주목받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 관련 자산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것이 같은 "물가 상승" 뉴스를 보더라도, 그것이 수요에서 비롯된 것인지 공급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글을 마무리하며
붕어빵 개수가 줄어든 건 붕어빵 아저씨 탓이 아니었습니다.
밀가루값이 오르고, 팥값이 오르고, 가스비가 오른 것이 진짜 이유였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붕어빵 아저씨를 탓했던 것처럼, 물가 상승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 화살을 쏘게 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결과만 보고 판단하면, 원인을 놓칩니다. 수요 때문인지, 공급 때문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 그것이 인플레이션 뉴스를 볼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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