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LG 출판 Insight
이 글은 KFLG(Korea Financial Leaders Group)의 출판유닛 0기가 출판한 '돈이 보이는 경제지식41 - 하성호, 홍기훈 지음'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1958년, 한 경제학자의 발견
(출처: Pixabay)
1958년 뉴질랜드 출신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는 영국의 100년치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물가가 안정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보였지만,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는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많이 갖는 건 좋은 일인데, 왜 물가가 오르는 걸까요?
그리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게 왜 물가를 안정시키는 걸까요?
윌리엄 필립스는 이 관계를 곡선으로 정리하고, '필립스 곡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오늘은 이 관계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지금 한국의 물가와 실업률은 어떤 관계를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실업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구분
필립스 곡선을 이해하려면 먼저 실업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실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마찰적 실업입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직을 준비하거나, 졸업 후 첫 직장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실업입니다.
어느 경제에나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오히려 노동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구조적 실업입니다.
기술 발전이나 산업 변화로 특정 직군 자체가 사라지면서 생깁니다.
AI와 자동화로 일부 일자리가 줄어들고, 해당 종사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전까지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셋째, 경기적 실업입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면서 발생합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해소되지만, 침체가 길어지면 사회 전반의 문제로 번집니다.
필립스 곡선이 주목하는 건 주로 세 번째, 경기적 실업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경기적 실업이 줄고, 경기가 나빠지면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이 물가와 연결되는 것 이죠.
2. 필립스 곡선: 왜 실업률과 물가는 반대로 움직일까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립니다.
생산을 늘리려면 사람이 더 필요하죠. 그렇게 일자리가 늘어나면 실업률이 낮아집니다.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소득이 생기고, 소비를 늘립니다.
그렇게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동시에 기업들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올립니다.
임금이 오르면 생산 비용이 오르고, 그 비용이 상품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것이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이 인력을 줄입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임금 인상 압력도 낮아집니다.
물가가 안정되는 것입니다.
(출처: SBS뉴스)
이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우하향하는 곡선이 됩니다.
가로축은 실업률, 세로축은 인플레이션.
실업률이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이 낮습니다.
이것이 필립스 곡선의 내용입니다.
3. 중앙은행은 이걸 어떻게 쓰는가
필립스 곡선이 중요한 이유는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실업률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고, 고용을 늘리려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죠.
예를 들어 물가가 너무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줄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됩니다.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합니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져 실업률이 높아지면 금리를 낮춰 소비를 자극하지만, 물가가 오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합니다.
이 판단의 기준선이 되는 것이 자연실업률입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유지할 수 있는 실업률 수준으로, 한국의 경우 대략 3% 내외로 추정됩니다.
실업률이 이보다 낮아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높아지면 경기 침체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4. 지금 한국, 필립스 곡선이 성립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데이터를 필립스 곡선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출처: 지표누리)
2022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해 실업률은 2.9%로 낮았습니다.
실업률 낮음 + 물가 높음, 필립스 곡선이 교과서처럼 성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2024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안정됐습니다.
고금리로 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잡은 것입니다.
필립스 곡선대로라면 이 시기 실업률은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실업률 숫자만 보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2023~2024년 실업률은 2%대 중후반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필립스 곡선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죠.
(출처: 매일경제)
하지만 이 숫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최근 나타난 낮은 실업률은 고용 여건 개선보다는 구직 포기 인구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하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것이죠.
즉 실업률 숫자는 낮지만, 실제 고용 여건은 훨씬 좋지 않은 것 입니다.
우리가 보는 실업률 숫자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5. 필립스 곡선의 한계: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필립스 곡선이 흔들린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 오일쇼크입니다.
오일 쇼크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생산 비용이 급증하자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했고, 실업률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원자재 가격 폭등했기 때문에 물가도 치솟았습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입니다.
필립스 곡선대로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수요 측면이 아니라 공급 충격이 개입하면 곡선 자체가 이동하거나,
두 변수 간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이 필립스 곡선을 경제 해석도구로 활용하되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 글을 마무리하며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물가가 안정된다.
필립스가 100년치 데이터에서 발견한 이 관계는 지금도 경제정책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살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물가가 안정되면서 실업률이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필립스 곡선의 흐름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다만 구직 포기 청년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숫자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더 많은 경제지식이 알고 싶다면?💡
↓ ↓ ↓
돈이 보이는 경제지식 41 (하성호,홍기훈 지음)
| 할인 내역이 없습니다. |
댓글 0